9. 좌향론
좌향의 근본적 의미는 산천정기가 뭉친 곳을 찾아서 그 기맥의 흐름선상에 정확하게 일치시킴에 있다 했으며, 그 기맥의 폭은 脫棺을 전제로 했을 때 겨우 合葬을 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雙墳보다 合葬墓가 유리하다고 하였다. 眞穴이 되었을 경우 입수 꼭짓점과 전순의 가장 중심 부분을 선으로 연결했을 때가 기맥선이며 坐向線인 것이니, 그 선상 중에서도 당판의 중앙 부분이 혈심이 된다.
다시 말해서 혈의 坐向은 흥정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절대불변의 坐向線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. 예를 들어 하나의 혈에서 상하의 꼭짓점을 연결했을 때 子坐 午向의 순리적인 흐름을 타야함에도, 공식적인 운용에 어긋난다 해서 45도 가량 틀어서 乾坐 巽向을 고집한다면 그것을 정상적인 ‘乘生氣’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.
古云 : 坐向之勢 隨處所便 不可拘執 (좌향의 법은 마땅히 편한 곳을 따름이니 어떠한 방식을 고집함은 불가한 것이다)
위 글은 호순신의 ‘지리신법’에서 발췌한 것으로, 理氣學의 고전에서조차 형세의 흐름이 먼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. 또 雙山五行, 삼합오행, 홍범오행, 납음오행 하는 것들도 각 계파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범주 내에서 편의적으로 만들은 것이지, 그 자체가 산의 이치는 아니다. 산은 말없이 질서와 원칙을 따르지만, 그러한 글자와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.
요즈음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과학이란 무엇인가?
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일정한 법칙과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다. 즉 제아무리 혈의 모습이 각양각색이지만, 혈이라는 결정체는 모종의 시스템에 의한 독특한 구조와 구성의 법칙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, 이것들의 공통점을 찾고자하는 노력이 모든 풍수법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다.
풍수의 각 계파마다 산에 대한 이해와 접근방법이 다를 뿐, 혈이 다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. 따라서 그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전해오는 여러 풍수의 기술과 이론을 하나하나 대입하고 따져보며 옳고 그름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.
옛 사람들이 理(불변의 법칙)의 일정한 궤도를 찾고자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패철을 연구하고 고안한 것은 사실이지만, 그 자체로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. 衒學的인 표현과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삼아 구사하는 이론적 풍수에서 한 단계 도약해, 보다 적극적으로 산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.